KOGAS FAMILY
딸기가 맛있게 익으면 봄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딸기는 하우스 재배로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상큼한 딸기향과 달콤한 맛이 최고조에 달하는 요즘이 제철이다. 호주사업부 김동기 과장은 가족과 함께 딸기농장에서 봄을 맞이했다.
[글 차은호 사진 박찬혁]
새콤달콤한 딸기 따기 체험
이른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 여왕딸기농장.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빨간 딸기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있다. 호주사업부 김동기 과장 가족은 주말아침, 조금 서둘러 농장에 도착했다. 첫째 아들 승현이가 딸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지난 밤부터 기대한 탓이다. 서두른 보람이 있었다. 농장에는 아직 김동기 과장 가족뿐! "이곳에서는 무농약 수경재배로 딸기를 키우기 때문에 바로 따서 먹어도 안전하다"는 농장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현이는 딸기 숲 사이로 뛰어 들었다. "엄마, 딸기가 진짜 많이 있어요~"라고 환호하는 승현이를 보며 김동기 과장과 아내 지혜은 씨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이들이 딸기를 제일 좋아해요. 얼마 전 처형네 집에 놀러 갔는데 딸기를 사 오면 둘이서 한 상자를 다 먹어버려서 동생에게 '좀 사줘라'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어요. 어젯밤에도 딸기 따러 간다며 잠들 때까지 재잘재잘, 어찌나 설레하던지요."
아내 혜은 씨는 거침없이 딸기를 따서 곧바로 먹어버리는 승현이를 대변했다. 승현이는 그런 엄마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듯 "엄마, 딸기가 진짜 많아요. 정말 맛있어요"라고 소리치며 손에 닿는 족족 따먹기 바빴다. 그런 형에게 뒤질세라 세 살이 된 승하도 딸기에 손을 뻗어 보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승현이가 다가와 동생의 입에 쏙 딸기 하나를 넣어주고는 다시 달려나갔다. "이제 어느 정도 배가 불렀나 봐요. 동생에게는 유독 좋아하는 걸 양보하질 않는데 딸기를 양보하다니, 제 딴에는 큰 인심 쓴 거예요. 둘이 저렇게 사이좋게 있으니 든든하네요. 둘이 서로 의지하고 자기들끼리 잘 놀아야 제가 편하거든요." 승현이가 서두르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울면 안 돼~ 혼자 일어나야지!"라고 무뚝뚝하게 표현하지만, 아이들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김동기 과장이었다.
얼마 전 김동기 과장은 3년간의 호주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호주에 있을 때 자연체험의 기회가 훨씬 많았지만 "주말까지 영어를 쓰고 싶지 않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했던 것이 못내 미안했던 김동기 과장은 [KOGAS]에서 딸기농장 체험 가족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가장 먼저 신청했다. "아이들이 과일을 좋아하고, 체험활동도 좋아해서 신청했어요. 딸기농장은 저도 처음인데 딸기도 풍성하고 맛있네요. 재빠르게 신청하길 잘한 것 같아요."
상큼고소한 딸기피자 만들기
승현이의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딸기 상자가 가득 찼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피자를 만드는 체험장. 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치즈향이 코끝에 와 닿았다. 달콤하고 고소한 딸기피자는 김동기 과장과 승현이가 만들기로 했다. 준비된 도우에 소스를 펴 바르고 그 위에 베이컨이며 햄, 옥수수와 피망 등 재료를 오려 장식한다. 아빠와 아들의 데코레이션 전쟁이 시작됐다. "아빠, 여기에는 옥수수를 이렇게 넣어야 해. 그래야 알록달록 예쁘지"라고 승현이가 미적 감각을 뽐내면 "여기 비었잖아. 골고루 잘 펴서 올려야 맛있지"라며 김동기 과장이 맞받았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아옹다옹 실랑이를 지켜보던 승하가 "아~" 소리를 내며 아빠와 형이 꾸며놓은 피자 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럴 때 해결사는 역시 엄마다. "아빠랑 노는 걸 좋아해요. 둘이 정신연령이 비슷해서인 것 같아요(웃음). 남자아이 둘이다 보니 혼자서 육아를 도맡기가 힘들거든요.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든든해요. 오늘도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요. 아이들이 호주보다 한국이 더 좋다고 해요. 아무래도 마음이 편안한가 봐요." 김동기 과장과 승현이의 열띤 데코레이션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피자를 듬뿍 뿌리고, 직접 딴 딸기를 올려 마무리했다. 오븐에 넣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피자가 완성됐다. 삐뚤빼뚤 제멋대로 장식된 피자였지만 가족의 손길이 닿은 맛은 일품이었다. "엄마아빠, 이거 내가 만들었어요. 진짜 맛있어요. 그죠?"라며 승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알록달록한 딸기 퐁뒤 만들기
딸기와 피자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번에는 디저트 타임. 달콤한 초콜릿이 준비되어 있었다. 퐁뒤는 원래 와인을 넣어 녹인치즈에 빵을 찍어 먹는 것이 정식이지만 딸기농장이니만큼 직접 딴 딸기를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에 찍어 디저트로 먹기로 했다. "엄마, 하얀 것도 초콜릿이에요? 먹어도 돼요?" 승현이의 호기심이 폭발했다. 딸기를 꽂은 막대를 초콜릿에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승하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 초콜릿이 묻은 딸기에 덥석 입을 댔다가 입맛에 안 맞았는지 뱉어 냈다. 그러고는 엄마에게 내민다. 먹기보다는 놀기에 관심이 있는 두 아들, 그리고 아이들의 몸짓하나하나에 웃음 짓는 엄마와 아빠. 가족들의 시간은 그렇게 달콤하게 흘러갔다.
김동기 과장은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단다. 아이들이 좀 더 크고 친구들을 만나고,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해가면서 말 못할 고민이 생겼을 때 늘 아빠와 엄마가 곁에서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아이들이 방황하지 않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 뿌리를 심어두고 싶은 것이다.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지 늘 생각은 해요. 여행도 다니고, 이런 체험도 다니려고 하고…. 그런데 생각만 했지 정작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네요. 호주에 있을 때도 더 많은 곳을 보고, 더 다양하게 즐기지 못한 게 살짝 아쉬워요. 지나간 것에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하겠죠. 앞으로는 기회가 될 때마다 가족과 여유를 즐기려고 합니다." 상큼한 딸기향이 봄소식을 전한다. 김동기 과장 가족의 분홍빛 함박웃음이 봄을 성큼 앞당기는 듯 포근하다. 따뜻한 봄, 달콤한
딸기 향기가 아이들의 기억에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