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서현 사진. 김범기 영상. 김지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은 몸을 움츠리며 추위를 피하기도 바쁜 동물들에게 더욱 잔혹한 계절이다. 오리털 패딩, 밍크코트, 소가죽 장갑, 앙고라 니트 등 혹한을 견디기 위한 옷들에는 대부분 동물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코 구매하는 옷가지에는 죄 없는 동물들의 비명과 억울함이 서려 있다. 오직 인간에게 입혀지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고, 잔인하게 도살되는 동물들의 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윤아 디자이너는 이러한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비건타이거를 런칭했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비건 패션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 패션업에 종사하던 직장인 시절만 하더라도, 그에게 ‘서스테이너블’이나 ‘비건’은 관심 밖의 주제였다고.
비건 패션을 시도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그 시장은 턱없이 좁았다. “제가 사려고 하는 옷들은 거의 다 동물성 부자재를 포함하고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인조 모피나 인조 가죽으로 만든 옷들을 선택하자니 패셔너블하지 않았어요. 어쩐지 당시에 제가 본 비건 패션은 진짜 동물 가죽과 모피를 입고 싶은 사람들에게 허락된 차선책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비건’보다 ‘옷’이 더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단다. ‘멋져서’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비건’이기까지 한 비건타이거는 그렇게 탄생했다. “털인데 동물의 털이 아니고, 가죽인데 동물의 가죽이 아닌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기존 패션 피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2018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런던패션위크의 ‘퍼 프리(Fur-free)’ 선언을 시작으로, 패션계에도 모피 사용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건타이거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2016년까지만 해도 국내에 비거니즘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고 한다. “비거니즘이 음식에 국한된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서 전반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알리기 위해 3년간 비건 페스티벌을 진행했어요. 비거니즘을 친숙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거든요.” 인조 모피의 매력을 알리는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동물 단체에 의류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등 비건타이거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곳에 힘을 발휘한 바 있다.
어느덧 국내 패션계에 주목받는 브랜드로 성장한 비건타이거는 2020년 2월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 최초로 뉴욕 패션위크에 오른 것은 물론, MBC <놀면 뭐하니>의 지미유(유재석)가 비건타이거의 옷을 착용하며 한 차례 화제를 몰기도 했다. 양윤아 디자이너도 비건 패션이 받는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단다.
양윤아 디자이너는 앞으로 비건타이거가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비건 친화적 소비를 이끄는 브랜드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제까지 패션은 사회에 주요한 물음을 던지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다. 비건타이거 또한 비거니즘 메신저로서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건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