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
평소 쉬는 시간에 영상 콘텐츠를 보는 걸 좋아한다. 유투브 프리미엄, 왓챠플레이, 넷플릭스 모두 구독할 정도로 콘텐츠 마니아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둠의 경로를 통하거나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했는데 지금은 훨씬 저렴하고 또 편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반면 너무 방대한 양 때문에 콘텐츠를 고르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려 많은 콘텐츠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드라마를 추천해보고자 한다.
[글 도입처 계약운영부 오세성 주임]
이별 후 시작된 연애 '연애시대'
미드나 영드 등 스케일 크고 각본 좋은 드라마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한국드라마를 가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공유하는 정서나 문화가 같으니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추천하는 첫 번째 드라마는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연애시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이라는 타이틀곡으로도 유명한 연애시대는 각본, 연기, 음악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특히 손예진의 출연작을 통틀어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드라마이기도 하다. 짧게 요약하자면 첫 아이의 사산을 계기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이혼한 부부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인데, 관계와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학교 1학년 때 한번 보고 최근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어느새 극 중 남자주인공과 같은 나이가 되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보통 의미 없이 극의 전개를 위해 소비되는 조연과 단역들에게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존재감이 뚜렷하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최종화에 이르러서는 한데 어우러져 드라마의 주제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은근히 빵 터지는 장면도 많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해보길 추천한다.
특권의식에 대한 일침 '풍문으로 들었소'
두 번째 드라마는 [풍문으로 들었소]다. 대형로펌 장의 고등학생 아들과 가난한 집의 딸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신분이 사라진 사회에서 자본과 권력이 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존엄성을 갖추려는 사람들을 다룬 블랙코미디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일단 엄청나게 웃기면서도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에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고민하게 했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드라마 방영 당시 시청자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특정 캐릭터 행동의 당위성을 다투면서도 힘이 센, 그러나 정의롭지는 않은 대형로펌 집안의 편에 다수가 서게 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연출을 정말 잘하는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라 믿고 볼만하다. 좋은 블랙코미디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 '청춘시대'
세 번째 드라마는 [청춘시대]다.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여대생이 모여 살며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각자의 일상이 매우 버라이어티하다. 성격, 외모, 경제력 모두 천차만별인 주인공들이 각자 갖고 있는 비밀과 인간관계가 뒤섞이면서 여러 사건에 휘말린다. 이 드라마는 처음에는 마냥 가벼운 여대생들의 이야기 같다가도 중간 중간 실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다루면서 꽤 무거워진다. 특히 데이트폭력을 다룬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공포영화 같기도 하다. 매우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라 그 경계가 모호하고 또 선을 넘었을 때의 대처 또한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가난함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방식과 관계 맺기의 어려움 등 현실적이면서 교훈적인 내용도 많다. 마냥 심각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 아기자기한 연애 이야기, 뛰어난 영상미 등 즐길 거리가 많다.
허구보다 더 놀라운 실화의 재구성 '나르코스'
네 번째 드라마는 미드 [나르코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시즌3과 멕시코 번외 편까지 나온 인기작이다. 콜롬비아의 마약왕이었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마약, 범죄 등을 소재로 해 남자들이 재미있어할 만하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매우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마약왕이 사설 군대를 조직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뺏기 위해 법원을 습격하고 정부요인 등을 암살하는 내용 등이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이 단지 한 사람의 삶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또한 마약왕을 잡기 위한 과정 역시 매우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유튜브가 인기를 얻으면서 압축 편집과 자극성, 그리고 짧은 영상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다. 드라마도 주요장면의 클립을 보거나 내용을 요약한 연예 기사를 읽는 식으로 시청방식이 변하는 경향도 보인다. 하지만 좋은 드라마를 시작부터 끝까지 봤을 때 얻는 즐거움과 감동은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집에서 좋은 드라마와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
다음 필봉계주 주자는 신성장사업처 수소사업부의 김재훈 주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