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愛발견1
터널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으로 그려지곤 한다. 어두운 원 안으로 들어설 때 사람들이 느끼는 일종의 공포가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산을 뚫어 돌아갈 거리를 줄이고, 땅 밑으로 길을 내어 갈 수 없는 곳까지 닿고, 바다 아래통로를 만들어 나라와 나라를 잇는 터널. 이 원형의 길고 긴 길이 품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글 편집실]
신비롭게 빛나는 푸른 길
노르웨이 레르달 터널
산과 계곡이 많은 노르웨이에는 터널도 많다. 그중에서도 레르달 터널은 노르웨이 서부의 레르달과 에울란을 잇는 터널로, 1995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2000년에 완공된 터널이다. 길이 24.5㎞로, 세계에서 가장 긴 도로 터 널로 유명하다. 송노피오라네주의 남동쪽에 위치한 레르달은 산악 지형과 계곡 지대가 절반 정도씩 섞인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차량으로 20분 정도를 달려야 하기에 운전자들의 졸음 방지를 위해 터널 5㎞마다 중간 중간 쉼터를 마련해놓았으며, 쉼터 구간마다 푸른 조명으로 변화를 준 것이 볼거리다. 터널은 노르웨이의 탁 트인 피오르드를 닮은 듯 신비롭고, 푸른 동굴을 지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연인들을 위한 순례길
우크라이나 사랑의 터널
어울리는 이름이다. 마치 합성한 듯 철로를 따라 울창하게 자리한 사랑의 터널은 우크라이나 리우네주 클레반 마을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숲을 터널 모양으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 터다. 철로를 따라 촘촘히 줄지어선 나무 와 주변 수풀이 얽히고설켜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터널이 형성된 것이다. 즉, 자연이 빚어낸 천연터널인 셈. 그래서 지역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클레반과 오르지우를 연결하는 철도 선로에서 약 4㎞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만날 수 있다. 사계절 로맨틱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일까. 언제부턴가 이 터널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생겨났고, 지금은 연인들의 순례 장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연인들의 산책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철로로 하루에 단 세 번 목재를 실은 열차가 지난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외지고 발전이 가장 더딘 이곳은 자연의 보은으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럽통합의 상징
채널 터널
영국 남동부 도버와 프랑스 북서부 칼레를 잇는 도버해협 밑을 뚫어 이들 두 나라를 연결한 채널 터널. 국내에는 '유로터널'로 더 친숙한 이 해저터널은 1994년 개통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폴레옹시대 때부터 터널계획이 구체화돼 영국은 1872년, 프랑스는 1875년에 각각 터널회사가 설립되고 공사에 착수했으나 국방 문제를 이유로 영국이 반대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66년, 양국은 사업을 재개했지만 터널 건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에 부딪혀 또 다시 동결됐다. 그러다가 1984년 양국 정상 간 파리회담 때 합의에 성공하면서 1986년 2월 건설인가에 관한 조약이 체결됐다. 150억 달러에 달하는 공사비는 정부의 지원이나 보증 없이 주식공모와 은행융자로 조달했다. 이 공사는 국가 간 초대형 인프라 건설을 순수 민간자본이 주도한 대표 사례로 기록된다. 여객열차전용 터널과 차량을 실어 나르는 셔틀열차용 터널로 이뤄져 있으며, 런던에서 파리까지 3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