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소사회를 향한 발걸음은
아직 걸음마 단계
김미영
지난봄, 한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이곳 교토에 와서 네 번째 계절을 맞이하였다. 지금 내가 사는 교토시의 경우에는 ‘수소사회 실현을 향해’라는 목표로 스마트 수소 스테이션 및 연료전지자동차를 활용한 체험형 수소 학습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예약이 불가능해 직접 체험해 보지는 못하였다. 특이한 점은 시에서 직접 실시하기보다는 기업과 연계하여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 체험장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연료로 운행하는 연료전지자동차(FCV: Fuel Cell Vehicle)의 시승 체험과 수소 학습이 가능하다.
흔히 우리는 수소가 물에서 만들어지므로 무색, 무취, 무해하며 무한한 에너지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나도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그랬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에너지 자원에서 수소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서부터 태양광, 풍력 발전에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것까지 다양하다.
토요타 자동차의 미라이.
출시한 다음해에 교토의 이와쿠라 지역에 전시된 모습.
ⓒ가와모토(2015년 11월 촬영)
사실 일상생활에서 수소 에너지와 관련한 정보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 정부는 ‘수소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2017년에 ‘수소 기본 전략’을 책정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기본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정부 정책으로 매년 회의를 개최하고 현황을 분석하고 있지만 현재 SDGs, 즉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에 집중하느라 어떻게 보면 그 세부 계획 중 하나에 포함되는 탄소 중립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소사회에 대한 홍보는 부족한 편이다. - 현재 SDGs와 관련해서는 편의점, 학교, 길거리 등 일상생활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방송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범위에서 그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오히려 자동차 기업인 토요타나 혼다, 가스 회사인 이와타니(岩谷)산업과 같은 민간 자본이나 기타큐슈(北九州)시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수소사회의 목표 달성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수소사회에 대한 발걸음이 국지적이어서 일반의 이해는 부족해 보인다.
수소사회 실현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토요타 자동차인데, 토요타의 경우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14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를 사용한 연료전지자동차 ‘미라이’를 출시하였다.
다행히 이웃 중 환경전문가인 가와모토(川本) 씨 부부가 있어 일본의 수소사회 현황을 물었더니 출시 당시에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와쿠라(岩倉)에서도 미라이를 전시하며 판매를 촉진하였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쿠라는 교토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비교적 교외에 위치한 지역이라 당시 동네 슈퍼 옆 공터에서 한동안 미라이를 판촉하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현재 ‘수소사회’에 대한 일본 사회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비교적 큰 도시에 속하는 교토에 설치된 수소 스테이션은 2022년 현재, 아직까지 3곳에 불과하며, 바로 이웃 도시이자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지역인 오사카에도 9곳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의 보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도시 곳곳에 전기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 미비한 편이다. (물론 아직까지 전기 충전소가 수소 충전소보다 비용적, 기술적 측면 등에서 훨씬 용이하다.)
수소 에너지를 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화석 혹은 재생 에너지 등을 활용해야 하므로 탄소 배출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와모토 씨 부부의 경험담을 들으면 수소사회가 결코 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10년 전 방문한 기타큐슈시의 경우,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 수소 타운을 만들고 2018년부터 실증사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기타큐슈시는 대학 도서관에서부터 일반 주택까지 도시 곳곳에서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가와모토 마리코 씨는 수소 연료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진정한 수소사회를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소 연료는 어떤 자원에서 만드느냐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달라지며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으로 나뉜다. 태양광 전지나 풍력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수소 연료가 그린수소에 해당하지만, 이 또한 환경 훼손을 배제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이 올해 실시한 관련 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정부 차원에서도 환경·비용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상상하였던 것과 달리 길거리에서 흔히 수소차를 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휴대용 스마트폰 수소충전기 등을 개발하거나 수소 연료를 이용한 트럭, 공공버스 등이 확대되고 있어 다양한 곳에서 수소사회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오사카 가스주식회사에서 운영 중인 교토시 미나미구의 가미토바(上鳥羽) 수소 스테이션.
이동식 수소 충전소로, 천연(도시)가스를 수소 연료로 제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미영(2022년 12월 5일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