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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GAS ESSAY

청춘

아프니까 청춘인가?
청춘의 정의

[글 광주전남지역본부 건설사무소 홍예린 직원]

경쟁

또 다른 경쟁의 연속

김포의 한 고등학교, 어둑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조금씩 눌러 담던 10년 후 나의 모습은 어떤 일을 하는 ‘동사’보다는 ‘명사’로 정의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했다. 수능 입시의 끝과 동시에 대학교에서 나의 생활은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었다. 집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장학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나 연구실 학부생을 하며 부단히 돌아다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난에 뛰어들면서 또 다른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 속의 나는 굉장히 모든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구조 실험이 끝나면 40kg 시멘트 포대를 이고 배합 과정에서 얻는 콧속의 시멘트 가루, 멍투성이인 종아리가 나에겐 일상이었고, 아르바이트 벌이로 취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6개 1,000원 붕어빵의 탄수화물로 끼니를 때웠다.

입사

두 번 도전 끝에 이룬 한국가스공사 입사

그런데도, 고등학교 때 적었던 ‘공기업 입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인턴 생활을 위해 집에서 나와 단칸방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스터디 활동과 독서실을 오갔고, 자는 시간 외에는 공기업 준비에 최선을 다한 결과, 어렵다는 한국가스공사의 문을 두 번째 도전 끝에 열게 되었다. 두 번의 필기시험을 합격한 것만 해도 정말 큰 운이라 생각했으나, 그 많던 필기시험 응시자 중 최후의 4인이 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래서인지 무한경쟁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나에게 지금의 이 시간과 안정감은 그저 행복한 생활이라 할 수 있다. 무소속에 대한 불안도 없고 평생 직장에 들어온 것이니, 더욱이 완벽했다.

허탈감

‘최종 목표’ 이룬 후 몰려온 허탈감

하지만 고등학생인 내가 세웠던 인생 계획의 마지막은 ‘공기업 입사’였다. 최종 목표까지 막상 이루고 나니 성취감과 희열도 있었지만 마음 한쪽에서 왠지 모를 허탈감도 몰려왔다.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하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아픈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음에도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 달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들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꼭 아파야지 청춘인건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를 찾아가는 과정도 아파야 하는 것인가?’라는 불만과 보상심리도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번 기회에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시 바라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취미생활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입사한지도 거의 2년을 채워가는 지금의 나에게도 보상심리가 아직 조금은 남아있다. 입사 후에는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아주 치열했고, 또 다른 아픈 청춘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재즈 음악을 좋아하고 여행 가는 것이 나의 취미라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나’

‘동사’로 수식할 수 있는 ‘나’를 위하여

앞으로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 수식할 수 있는 ‘나’를 채워가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기성세대분들이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미래의 청춘들이 누군가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닌, 각자가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각자만의 스토리가 있는 ‘개성’ 있는 청춘으로 정의되었으면 좋겠다.

다음호 KOGAS ESSAY의 주인공은 광주전남지역본부 순천지사 윤재영 직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