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투데이

재밌는 달리기가 주는 건강과 행복

달리기에서 속도가 제일 중요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최근 러닝 문화가 젊은 층의 일상에 확산되면서 달리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칼로리를 소모하는 '빵빵런'부터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아 달리는 '장보기 오픈런', 좀비를 피해 미션을 완수하는 '좀비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다양한 컨셉의 ‘펀 러닝(Fun Running)’이 등장한 배경에 대해 알아봤다.

📝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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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펀 러닝(Fun Running)’

젊은 세대가 러닝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자 한다.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웹툰 작가 기안84가 TV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마라톤에 도전한 것처럼 많은 젊은 세대들이 마라톤에 열광하고 있다. 다만 방식이 조금 다르다. 과거 마라톤 대회라 하면 순위와 기록을 두고 경쟁하는 대회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참가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색적인 마라톤 대회로 사람들을 열광시킨 대표적인 행사는 배민(배달의민족)의 ‘장보기 오픈런’이다. 원하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뛰어 완주하면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모든 상품을 가져갈 수 있다고 알려지자 얼리버드 티켓과 일반 티켓이 0.3초 컷으로 매진되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고 달린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함께 참가비 전액이 취약아동들의 식사와 간식을 제공하는 데에 기부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대회를 찾았다. 거기다 개성 넘치는 장보기 룩을 선보인 베스트 드레서에게 상을 준다고 하자 특색있는 복장을 준비해 대회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땅이 아니라 하늘을 오르는 달리기도 인기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롯데 아쿠아슬론’이다.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총 1.5km) 수영한 후 롯데월드타워 123층, 총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 ‘스카이 런(Sky Run)’을 결합했다. 또 다른 수직 마라톤으로 올해 20회를 맞는 여의도 63빌딩, 1,251개 계단을 오르는 행사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약 1,300명의 참가자들이 63빌딩 계단을 오르며 체력을 뽐냈다. 올해는 5살 최연소 출전자, 83살 최고령 시민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가했는데 8명을 제외하고 모든 참가자가 완주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빵으로 채운 칼로리를 소모하는 ‘빵빵런’부터 컬러 파우더를 맞으며 뛰는 ‘컬러런’, 곳곳에서 출몰하는 좀비를 피해 완주하는 ‘좀비런’까지 다양한 펀 러닝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어찌보면 ‘달리기’를 놀이화 하여 젊음을 되찾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달리는 순간,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마케팅 효과와 기업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더 재미있는 행사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민들의 만족도를 개선하는 지자체 러닝 행사

펀 러닝이 인기를 끌자, 지자체에서도 러닝 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러닝 행사가 지역 주민의 건강 및 복지, 지역 주민들 간의 화합 등 공공의 목표에 부합되기 때문에 개최한 것인데, 지자체 행정에 대한 지역 주민의 만족도에도 이 같은 러닝 행사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계산도 담겨 있다.
러닝의 성지로 불리는 여의나루역은 역 내 일부 공간에 물품 보관함, 탈의실, 파우더 룸 등을 설치해 시민들이 특별한 준비 없이도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만 있으면 쉽게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또 역내 입구에서 신발 소독·살균기를 설치해 운동화를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 러닝 컨디션을 향상시켰다. 신발이 소독되는 동안 전시된 러닝화를 신어볼 수도 있고, 인바디 기계로 개인별 신체 상태도 체크 할 수도 있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금천구청의 마라톤 대회는 구청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만큼 인기였다. 참가비 1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에 참가자들에게 수육과 막걸리를 주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육런’, '보쌈런'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졌다. 완주하지 않아도 수육 등 각종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소식과 SNS에서 참여한 사람들의 후기가 공유되면서 4~5년 전쯤부터는 MZ들의 참가가 급격히 증가했다.
부산 경남경마공원에서 달리는 ‘컬러 레이스’는 세계적으로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이색 마라톤이다.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35개 이상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우더 러닝 대회로써, 부산에서는 올해 4회째 ‘컬러 레이스’를 개최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행사이다 보니 국내 거주 외국인, 가족 등의 참가가 많았다. 레이스 코스를 따라 조성된 형형색색의 컬러 존에서 옥수수 분말로 제작된 컬러 파우더가 폭죽처럼 터지자 참가자들은 축제처럼 러닝을 즐겼다.

앞으로도 계속될 러닝 라이프

  • 계속되는 높은 이자율 추세와 물가로 코로나 시절 인기가 있던 골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을 그만두고, 많은 젊은이들이 러닝으로 시선을 돌린 듯하다. 달리기를 완주하는 순간 느껴지는 희열감과 짜릿함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이색적인 러닝 이벤트는 젊은 층의 재미를 추구하는 심리에도 잘 맞아떨어진다.
    1994년 영화 '포레스트 검프' 에서는 톰 행크스는 끊임없이 달린다. 영화에서 달린다는 것 하나도 기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올해 1월 69세인 홍콩 배우 주윤발은 홍콩마라톤에 출전해 완주 후 홍콩의 포레스트 검프가 되어 전 세계를 뛰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오래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뛰는 러닝 라이프 스타일이 생활화되었다.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이는 달리기도 반복되면 의미가 커진다. 한국에서 러닝은 이제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적인 일상으로 정착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건강, 행복, 연애 등 다양한 목표가 있을 것인데 그중에서도 건강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또는 체중 관리의 목표가 있다면 뛰어 보자. 신발 끈을 꽉 매고, 바깥으로 나가 보자. 동네 한 바퀴, 학교 안 운동장. 어디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