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토크

안정적인 식자재 유통을 통해
상생의 효과를 창출하는 앱 서비스, 키친보드

식자재 유통 과정을 시스템화해 요식업체와 유통업체의 상생을 돕는 앱 서비스가 있다.
좋은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유도해 안정적인 식자재 유통을 가능케 하는 앱, 키친보드이다.
젊은 청년 창업가의 야심과 상상력이 이곳에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키친보드 운영사, 스포카를 찾아 최재승 대표를 만났다.

📝 이수정  📷 황지현  🎬 신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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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보드는 식자재 주문 관리 플랫폼이다. 식자재 유통 분야에서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 서비스 앱 역할을 하고 있다. 식자재의 신선도와 산지 정보, 가격, 유통사 정보를 모아놓은 ‘키친보드’ 앱을 통해 유저들은 정보를 비교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다. 또 전화나 문자로 일일이 주문했던 번거로웠던 과정이 간편화됐다. 키친보드를 운영하는 스포카의 최재승 대표는 식당 사장님들의 식자재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현재 5천여 개의 매장과 170개 정도의 유통사들이 키친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키친보드를 통해 이루는 식자재 유통의 선순환 고리

  • “식당 사장님들이 처음 식당을 운영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식자재인데요, 어떤 식자재가 신선한지, 가격이 합리적인지, 어느 유통사가 좋은지 알지 못한 채 대부분 깜깜이로 거래를 시작합니다. 식자재 가격이 매일 변동되다 보니, 항상 유통사에 날을 세우게 되죠. 메신저나 전화로 일일이 주문을 넣기 때문에 오배송되는 경우도 빈번하고요. 사장님 한 분 한 분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대표는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 궁리했다. 식자재 주문이 불편한 현상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식자재 유통업체 사무실을 방문해 실무자들과 대화하고 현장에 답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새벽마다 가락시장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식자재 유통 과정에서 생겨난 불합리한 관행들을 알게 됐다. 정보의 비대칭성,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주문 처리 과정,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는 유통사의 업무 형태 등 종류는 다양했다. 궁리의 과정을 거쳐 도달한 답은 ‘유통사업 구조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 대표는 ‘주문톡’ 기능과 ‘리포트’를 통해 이를 실현했다. ‘주문톡’ 기능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정량화된 주문을 유통사에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2~3시간씩 걸리던 주문 시간을 10분 안으로 단축시켰다. 유통사 직원이 일일이 주문을 해석해 취합하고 발주하던 과정이 시스템화된 것이다. 또 키친보드를 이용 중인 식당 사장님들의 거래 명세표를 모두 모아 어떤 유통업체와 어느 정도의 단가로 거래하고 있는지 통계를 낸 리포트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유통업체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늘려 인건비 비용을 줄이고, 물류와 운영비를 줄인다. 동시에 신규 매장의 유입을 유도해 매입량을 늘린다. 비용은 줄어들고 매입량이 늘다 보면 식자재의 가격이 떨어져 더 좋은 가격에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자동화되고 체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정확한 식재료를 제때 안정적으로 공급하다 보니 상품의 질도 높아지고 자연히 식당 사장님의 만족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좋은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유도해 안정적인 식자재 유통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식자재 주문을 자동화하고, 체계화해 사장님들이 필요한 식자재를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론 키친보드를 통해 거래하는 매장이 많아질수록 유통의 질이 개선되고 유통업체의 확장성이 커져 식자재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어요. 이러한 선순환의 고리가 낡은 관행을 없애 유통사업 구조 전체를 개선하는 것이죠.

요식업체와 유통업체의 상생

2022년 8월 초, 키친보드 앱이 시중에 공개되자 곧바로 매장과 유통업체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매장에서는 좋은 유통업체를 소개받아 안정적으로 재고를 유지하면서 부족한 식자재를 손쉽게 보충하고, 그 덕분에 메뉴의 품질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수 있게 됐다, 가격 변동 폭도 줄어 근심을 덜었다는 반응이다. 유통업체에서는 매장 사장님들을 인입 받게 되니 영업의 짐이 덜게 되고 그 덕에 좋은 가격에 좋은 물건을 제공하는 유통업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며 호응을 보였다. 실제 스포카와의 협업을 통해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유통사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는 최 대표. 하지만 꼭 그것만이 각별한 것은 아니다.

저희 앱을 통해 매출이 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면 우리가 실제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늘 긍정적인 피드백만 받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매장을 찾아 이용자들의 반응을 물어볼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구체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가감 없이 주세요. 그런 쓴소리들이 모여 지표가 될 수 있는 의견이 형성될 때 무척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만큼 저희에게 애착이 있다는 뜻이고, 그 덕에 더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니까요.

우연히 시작된 창업의 길, 10여 년이 지난 지금

처음 그가 사업을 꿈꾼 것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의약 분야를 전공하고 있던 최 대표는 우연히 출전하게 된 학내 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고, 이를 계기로 사업가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 하지만 첫 꿈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고, 이후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하며 한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마음속 꿈을 버리지 않고 퇴사 후 1년 반 정도 찬찬히 창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시작한 첫 사업은 ‘도도포인트’라는 포인트 적립 서비스이다.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테블릿에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하고 10년이 흘렀다. 도도포인트를 운영하면서 2,500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고 이로써 새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최 대표는 더 넓고 핵심적인 분야로 사업을 전환하고자 했다.

도도포인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매장들을 접하면서 사장님들의 고충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크게 월세, 인건비, 식자재로 고충이 나뉘더라고요. 그중 식자재에 착안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죠. 키친보드의 전신인 ‘도도카트’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식자재 유통업에서 여러 갈래로 흩어진 개울을 하나의 강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최재승 대표. 사무실 곳곳에 놓인 키친보드의 미션과 핵심가치가 적힌 팻말엔 최 대표의 굳고 건실한 마음이 담겨있다. ‘유저집착’, ‘책임감’, ‘협업’. 3가지 핵심가치 중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유저집착’이다. 유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페르소나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그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가 많은 식자재 시장에서 협업은 필수이며,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자는 의미에서 책임감을 중시하고 있다. 이 모든 핵심가치는 키친보드의 캐치프레이즈로 수렴한다. 최 대표도 “우리는 사장님의 식자재 걱정을 덜어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만든다”는 미션을 항상 마음에 되새긴다.

현재 2년 차에 접어든 키친보드는 서비스에 대한 검증의 시간을 거치는 중이다. 파도가 해안선을 조금씩 바꾸어나가듯, 키친보드는 지금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여러 가지 계획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올해는 유통사의 확장성을 키우기 위해 힘을 쏟을 생각이다. 유통사 직원들을 직접 만나 고민을 나누고, 언제 어디를 더 강화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한땀 한땀의 노력을 통해 최 대표는 식자재 분야의 모든 문제가 키친보드를 통해 해결되는 날을 꿈꾼다.

예비 사업자가 ‘나 이제 매장 열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을 때, 적어도 식자재 분야에서만큼은 키친보드를 가장 먼저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들이 ‘키친보드 쓰면 식자재는 다 해결돼’ 하고 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