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시장의 확대, 미국의 부상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시장이 크게 확대되었다는 것과 미국이 최대 가스 공급국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가 올해 초 발간한 〈2024년 1분기 가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추가로 확대된 LNG 공급에서 무려 80%를 감당했다. 해당 보고서는 2023년에는 글로벌 가스 시장의 재조정 국면을 보냈지만, 2024년에는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서 2.5% 정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생산을 위한 가스 수요는 매우 제한적으로 증가하겠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속 성장 시장과 가스가 풍부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의 가스 수요가 산업 부문은 물론 주거 부문과 상업 부문에서도 늘어나 성장세를 이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힘든 것은 글로벌 LNG 공급이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IEA의 보고서의 분석대로 글로벌 가스 수요가 상승하는 만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자주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석유·가스의 비중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1981년부터 석유 및 가스의 해외 개발을 시작하여 총 391개 사업에 진출하였으며, 2022년 말 기준 28개국에서 105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가스의 자급률(혹은 자주개발률)은 2021년 기준 11% 정도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옆 나라 일본의 해당 수치는 같은 2021년을 기준으로 40.1%였으며, 일본 정부는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자주개발률을 2030년에는 50% 이상, 2040년에는 6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석유·가스 자급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지경학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호주나 모잠비크에서 진행 중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FLNG·LNG-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사업은 조선업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최근 호주의 우드사이드 에너지와 맺은 장기(10년 6개월) LNG 공급 계약 역시 한국이 처한 지경학적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미래 에너지 시장을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 대응 국면에서도 가스는 당분간 글로벌 수요가 유지 내지 확대될 수밖에 없으면서 동시에 지경학적 게임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에너지원이니만큼, 가스의 지경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한국가스공사의 역량이 집중되기를 거듭 주문하는 바이다.
1) Mikael Wigell & Antto Vihma, “Geopolitics versus Geoeconomics: The Case of Russia’s Geostrategy and Its Effects on the EU,” International Affairs Volume 92, Issue 3(May 2016): pp. i-xii, 509-767.